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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by 도슈슈 2023. 4. 2.









청혼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





*



지난 달에 구입한 문학과지성 시인선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책갈피에 적힌 바에 따르면, 시인 진은영은 1970년 대전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했다고. 2000년 <문학과사회>에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대산문학상, 천상병 시문학상, 현대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순간을 모두 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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