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1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_~
시 한 편 먼저 읽겠습니다.
겨울에 쓰는 편지
서홍관
안녕.
깨끗한 겨울.
바람의 한 끝에서 안녕.
시든 나팔꽃 줄기를 보면서
봄을 기다리는
시냇가 돌무덤에서 안녕.
쥐불놀이로 까맣게 타버린 논두렁에
돋아나는 봄풀을
보면서 역시 안녕.
아이면 시린 물 속을 헤집는
물고기들의
힘찬 몸놀림 속에서
또는 며칠 새 뵈지 않던
때까치들의
이윽한 날아옴 속에서
그들의 이름을
한 마리 두 마리씩 불러주면서
안녕. 안녕. 안녕.
오는 이에게나 가는 이에게나 안녕이라고 인사하죠. 가는 겨울에게, 오는 봄에게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네는 시인의 맑은 시선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는 시입니다.
여러분 '시요일'이라는 시큐레이팅 앱을 설치하면 하루에 한 편씩 시를 읽을 수가 있습니다~ 한번 설치해보세요.
1월이 끝나가니 첫날 생각이 나네요. 1월의 첫날에는 친구가 보낸 이메일을 읽었어요.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는지를 궁금해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떠남'에 대해 생각했다고 전했습니다. 4년간 생활했던 이천을 떠나야 했거든요. 이렇게 적어보냈었네요.
'... 그래서 나는 사람들을 떠나야하고 내 동네를 떠나야하고 내 일상에서 떠나야 해. 가는 건 나인데 왜 남겨진 사람의 기분이 드는 걸까? ...'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이천인데,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서 떠나는 게 아쉽더라고요. 죄금... 아니 많이 슬프기도 했습니다 🥲
그래서 말인데요. 새로 이사 온 동네를 알아가려고 틈틈이 노력 중입니다. 어딘가에 이사를 가게 되면 심리적인 맵핑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한 지역에 오래 머물면 심리적 의존에 따라 공간인지능력이 생기는데, 새로운 지역에서는 이것이 없기 때문에 불안감에 시달리기 쉽다-고도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어딘가에 불시착했다는 불안감을 지우려고 틈틈이 거리를 걷고, 대문 너머의 모습을 관찰하고 상상하면서 새 동네의 귀여운 구석들을 찾아보는 중입니다.
혹시 이사를 앞두고 계시다거나 이사를 했다면 여러분도 여기저기 돌아다녀보시길. 작은 동네카페, 백살쯤 먹은 아름드리 나무, 어설프게 장식한 마당, 고춧대만 남은 화분들, 나만 보면 짖는 조금 미운 강아지 같은 것들에 마음을 열어보세요.